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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퇴사(8) -사장님과 면담

21년 8월 중순

 

사장님과 면담이 이뤄졌다.

20년 초에 새로 오신 사장님은 모든 퇴사자와 면담을 해 오셨다.

 

사장님께 이직을 결심한 사유와 하고 싶은 일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사장님께 여러 이야기를 들었는데,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ㅇㅇ 부장님이 고민하는 영역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가 필요한 영역이네요"

"퇴사를 하더라도, 그 이유가 도피가 아니었으면 합니다."

 

"문제 많은 다리를 보수하기에는 지치고 보람도 느끼지 못하여 다른 새로운 다리를 놓고 싶으신가요? 굳이 장소까지 옮겨서 다리를 만들어야 보람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다리 이편과 저편을 잘 모른 채 다리를 만드는 것은 너무 위험이 크지 않을까요?"

"회사에는 더 다양한 일이 있습니다. 현재 일이 지겹고 비전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해보지 않은 영역의 일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사장님의 내공은 깊었다.

대화를 통해 생각지 못한 부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고,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대체로 긍정하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물론 끝내 긍정할 수 없었던 부분도 있었다. 아니 부정하고 싶었던 것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마디가 많은 고민을 만들어 주었다.

"원하시면, 사업을 가르쳐 드릴게요~, 대신 자신을 버려야 해요~"

 

내가 다니는 회사는 업력이 약 20년/사원은 약 250여 명 남짓의 회사다.

나는 2002년부터 Unix/Linux  환경에서 프로그램 개발 및 유지보수, PM 등의 업무를 맡아 왔다.

 

약 10년 전부터 내가 익힌 IT 기술과 경험, 프로그래밍 능력을 도구로 하여  B2C 비즈니스 환경의 업무를 경험해 보고 싶었다.

용기는 없지만 사업을 할 수 있으면 더 좋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원하시면, 사업을 가르쳐 드릴게요~"

너무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맞다. 시장에서 나에게 원하는 것은 IT기술이나 프로그래밍 능력이 아닐 것이다.'

'해보지 않은 영역은 겁나지만, 내가 프로그래밍 시작했던 것도  꿈이 있거나, 뜻을 세워서는 아니었다. 그냥 학과에 맞춰해 온 일이었다.'

(물론 재미를 느끼고, 즐기면서 지금까지 해 왔지만 말이다.)

 

20년간 해 온 일이지만, 그것이 어떤 계기로 달라진다 해도 크게 이상할 사항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더욱 깊은 고민 속에서 방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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