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은 많았다.
난 특별한 사람이지만, 모두가 특별하기에 나는 평범하다.
결혼을 했다. 어린이가 있다. 고맙게도 부모님들께서도 평안하시다.
이름 모를 회사를 다녀왔지만, 이 바닥에서는 얼굴이 명함이었다. 그렇게 믿고 살았다.
이전 회사 출신이란 것만으로도 동종 업계 다른 회사로 수월하게 자리를 바꿀 수 있었다.
어릴 적에는 그랬었다.
지금은 어릴 적이 아니다.
나는 아직 어리지만, 내 또래의 남을 볼 때 어리게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남이 보는 나도 어리지 않을 테다.
가끔 면접관 자리에서 이력서를 받아 든다.
내 또래 지원자 분들께 지병이나, 건강상태를 묻는다. 전에는 어색한 질문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익숙해졌다.
'셀러리맨의 죽음'에 나오는 윌리에 대해, 전에는 감정선을 더듬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더 깊은 감정이입에 빠진다. 난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퇴사를 고민했다.
낯선 분야의 회사 몇 곳에 이력서를 넣어봤다. 될 리 없다.
'퇴사하려면 갈 때라도 알아봐야 하는데... 같은 업계는 너무 빤한데.... 아니 나 혼자 김칫국 마시는 건가?'
'요행히 입사해도 1~2년 뒤에 똑같은 고민을 할 텐데.. 그때 고민하면 더 늦었을 텐데..'
'지금도 충분히 늦었는데..'
무섭다.
결정된 것도 없고, 믿을 구석도 없다. 하지만, 꼭 이럴 때 나는 빠르다.
윗사람들에게는 이미 퇴사를 알렸다. 난색을 표하지만, 딱히 잡지도 못한다.
내 고민은 수년 전 그들의 고민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마주 앉아 같은 고민을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에게 어쩌지 못하리라.. 잡지도 놓지도 못하는 어색한 자리.. 산전수전 겪으며 옛이야기만 오간다.
자. 이제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될까?
극본 없는 드라마는 시작됐다.
다섯번째 퇴사(3) - 현실과 비현실 사이
21년 5월 19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퇴사를 말한 지, 3주가 넘었다. 나도 회사도 퇴사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주변의 몇몇이 조심스레 물어본다. "정말 퇴사할 거야?" 부러워하는 눈빛에 괜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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