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며칠 앞둔 어느 날이었다.
한 분이 이야기하셨다.
"어차피 직장생활은 노예 생활 아니겠어? 로또가 답이야"
난, 울컥했다.
"전 일하면서 노예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그분은 이렇게 말했다.
"20년쯤 일했으면 알지 않나? 주인만 바뀌는 거야. 시간과 정신적/육체적 노동을 바쳐서 생계유지만 겨우 하는 거야."
냉정한 현실일 수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
나는 왜 일하는가? 나는 어떻게 일하려고 노력했는가? 돌아보게 되었다.
난 남의 돈으로 경험을 쌓고, 인생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일했다.
일은 생계를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생계만을 위해 일하지 않았다.
일 하는 이유가 생계유지 한 가지만 이라면, 개인이 들이는 세월과 노력이 너무 아깝다.
나는 우연히 태어나서 한 세상 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두 번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어떤 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 가치를 위해 애쓰고 싶다.
어떤 것에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 는 각자 다를 것이다.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경험에는 비용이 든다.
직장 생활은 인생의 가치를 찾아보기 위한 경험을 제공해 주면서도 자본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 내가 찾은 가치를 위해 애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 주는 경우도 있다.
가치 외에도 다양한 입장과 경험을 해 보고 싶다.
지금은 자본주의 시대니까 자본가도 경험해 보고 싶다.
자본가를 염두에 둔 의식적인 직장 생활은 내가 자본가 또는 사용자가 되었을 때,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그에 따라 불 필요한 자본 유출을 막을 것도 기대한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혼자서도 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으면, "네"라고 대답하기 위해 일했다.
직장은 변할 수 있다.
사회와 떨어져 살 수 없지만 일정 부분 사회를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직장이 변해도 내가 했던 일이 다시 주어지면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왜 그런 과정이 필요한지, 더 좋은 과정이 있지 않은지, 그 과정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이고 타인의 역할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많이 알 수 록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일을 통해 나는 사회와 소통한다.
일로 연결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많으며 더 자주 대면하게 된다. 그들은 내가 하는 일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파악한다.
내가 하는 일은 나를 드러내는 창이다.
나는 남들에게 후지게 보이고 싶지 않다.
왜 일하는가? 일본의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가 쓴 책 제목과도 같다.
왜 일하는지 다른 사람 의견을 경청하여 나만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하는 이유가 분명하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유가 분명하면 일은 고통이 아니다. 나에게 일이란, 나의 정체성이고 사회가 나라는 사람을 바라보는 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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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지않은 처음(1) - 낯선 그러나 긴장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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